ESR 수치는 '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의 약자입니다. 뜻은 적혈구 침강 속도, 즉, 적혈구가 가라앉는 속도에 관한 수치입니다. 적혈구가 가라앉는 속도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정답은 바로 염증입니다. ESR 수치는 염증에 관한 지표입니다. ESR 수치를 통해 적혈구 침강 속도를 살펴보면 감염, 종양, 자가면역질환 등을 포함하는 급성 및 만성 염증의 지속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만약 ESR 수치가 높다면, 적혈구가 가라앉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고, 이는 염증이나 감염, 종양이 몸속에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ESR 수치를 측정하는 방법은 수직으로 된 얇은 관에 검사할 혈액을 넣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혈구가 얼마나 바닥으로 가라앉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보통 수직관에 넣어놓은 혈액이 한 시간 당 몇 mm만큼 가라앉았는지를 보게 되고, 가라앉는 속도가 빠를수록 ESR 수치가 높다고 표현합니다.
일반적으로 몸속에 염증이 생기게 되면 혈액 속에 급성기 반응물질인 섬유소원과 면역글로불린 등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 급성기 반응물질들이 적혈구를 빨리 가라앉게 만듭니다. 따라서 적혈구들이 가라앉는 속도인 ESR 수치가 높다면 이런 급성기 반응물질들이 몸에 많이 생겼다는 것이고, 이것은 몸속에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겠죠?
ESR 수치가 높다면 감염, 염증, 암, 자가면역질환 등 급성과 만성 염증을 포함한 여러 가지 염증들 중에 어떠한 것이 생겼다는 신호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ESR 수치는 검사의 민감도가 낮기 때문에 단지 보조적인 지표로써 염증반응을 의심해볼 수 있다는 정도로만 의미를 가집니다.
실제로 검사 상 ESR 수치가 갑자기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염증이 어디에 생긴 것인지 혹은 무슨 질병으로 인해 ESR 수치가 올라간 것인지를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염증 이외의 다른 이유로 ESR 수치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이런 검사를 비특이적(Non-Specific) 검사라고 한답니다. 따라서 ESR 수치가 높다고 해서 확실하게 어떤 질병이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고 의사를 통해 CRP 수치 등의 다른 검사와 함께 종합적인 소견을 받아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ESR 수치는 나이가 많으신 분이거나 임신 중인 분, 평소에 빈혈이 있는 분들의 경우 정상 수치보다 조금 높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아스피린이나 비타민A 혹은 경구피임약과 같은 약물로 인해 ESR 수치가 높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어도 ESR 수치는 높게 나올 수 있고요.
이렇게 ESR 수치의 진단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마도 직관적이고 간편한 검사방식 때문인 것 같습니다. ESR 수치의 검사 방식은 단순히 혈액을 수직관에 넣고 적혈구가 얼마나 빨리 침강하는지를 관찰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ESR 수치는 비용이 저렴하고 검사 방식이 간편하기 때문에 건강에 특별히 이상이 없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몸에 이상 반응을 효율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검사이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ESR 정상수치는 아래와 같습니다.
1. 50세 이하 남성: 0~15mm/hr, 여성: 0~20mm/hr
2. 50세 이상 남성: 0~20mm/hr, 여성: 0~30mm/hr
대략적으로 ESR 수치가 20mm/hr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한다면 신체의 염증 반응에 이상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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